아름다운 동행 - . . 평화. 순례 피정

<면형의 집 피정>

OCT. 6th 2019 [피정 1]

공항에서 만나 피정 진행하는 신부님들 포스가 만만치 않다. 선글라스에 백팩을 장착한 신부님들과 만남. 입담과 재담을 겸비한 두 신부님들과 버스 동행으로!

첫 번째 황사평 성지! 간간히 뿌리는 여우비가 첫 번째 여정을 환영한다. 선조들의 참혹한 역사현장을 설명하는 신부님의 생생한 입담으로, 그리고 진한 감정으로 가슴은 먹먹하고 눈에는 이슬이. 첫 번째 방문부터 이러면 어쩌지. 전국 성지 순례의 첫 번째 여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도장 찍는 손에도 감정이 느껴진다.

두 번째 4.3평화공원제주의 슬픈 역사가 또 생생하게 전달된다. 한반도의 아픈 역사와 조선에서 이어진 한민족의 질곡의 역사를 제주가 전부 받아내어 오랜 기간 동안 아프고 또 아픈 상처투성이로 만들어 놓았나 싶다. 여기서는 또! 내가 제대로 알지 못해서, 그래서 다른 이들의 역사로 치부해버린 나의 편향된 지식과 편협한 사고의 한계로 또 회한의 눈물을 감추어본다.

면형의 집한국에서 설립된 최초의 수도원, 한국복자수도회의 피정 집. 제주의 풍요로운 하늘빛과 각종 수목들이 김대건 신부님의 동상과 함께 반겨준다. 살레시오 수도회에서만 몇 십년 피정하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그래서 더 이국적인 남녘의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방을 배정받아 짐만 부려놓은 채, 매우 우아하고 풍요로운 걸음걸이로 사치스럽게 뜰을 거닐어본다. 산책을 마치고 나니 큰 상 벌여놓고 피정집의 맛난 저녁식사에 초대받는다. 첫날의 어색함을 해소해 주려는 두 분 수사신부님들의 재롱(??? 죄송하지만 솔직한, 그래서 나도 무장해제)에 가까운 레크레이션 지도,! 참석자들은 어린이 마음으로 잼잼과 율동, 새와 새집, 주먹-손바닥 놀이, --용 게임 / 어린이 마음과 엄마의 관계 / 어린이 마음으로 예수님을 따르라는 담백한 말씀. 가톨릭 신앙인인 가져야 할 자세를 진지하고 쉬운 말로 전달해 주시는 베드로 신부님! 하루 종일 감정을 쥐락펴락, 그래도 심금을 울린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사랑의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OCT. 7th 2019 [피정 2]

추자도 성지순례 가는 날! 배로는 편도 1시간 10분 정도가 되는 여정이다. 거의 기억이 없는 배 멀미가 걱정이기는 한데, 단체로 가는 여정이라 비교적 편안하다. 비 뿌리는 흐린 날씨에 분위기도 적절해서 한껏 여행하는 기분이다.

추자공소에서 드리는 미사는 또 헛헛한 마음을 더욱 침잠시킨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가난한 교회의 전형을 보면서 또 힘든 마음에 눈에는 이슬이 맺힌다. 추자도의 경제에 조금의 보탬이 되리라는 허울 좋은 명분에 속히 점심을 끝내고 짧은 시간에 나의 사치를 위해 커피 한잔에 몸을 쉬어간다.

황경한 묘에서 어머니 정난주 마리아의 신앙을 확인한다. 그리고 모정에 사무친 아들 경한의 애절한 사모곡을 들으며 또 한 번 눈시울을 적시는데, 신부님은... 엄마를 세 번씩이나 부르게 한다. ! 나의 엄마, 우리의 엄마, 그리고 성모님을 떠 올리며... 그러나 세 번째는 엄마를 크게 부르지 못하고 목소리가 흐느낌에 잦아든다.

관덕정의 짧은 방문은 아쉽지만, 제주살이 하는 동안 한 번 더 와 볼 수 있으니...

성무일도로 바치는 하루의 끝기도. 독서를 자청한 나에게는 오랜만에 아주 잠깐이라도 수도승이 되어본다. 이틀 내리 가는 곳마다 눈물이 어린 성지순례의 길에 주님께 그리고 두 분 신부님 (Fr. John & Fr. Peter)께 진한 사랑의 마음으로 감사드린다.

 

OCT. 8th 2019 [피정 3]

수도자들과 함께 하는 아침기도 성무일도. 순교복자수도회의 독특한 기도 구절들이 눈에 뜨인다. 한국적인 가락 같기도 하고, 그래서 약간 익숙하지는 않은데. 또 감정에 휩싸여 아침부터... 일상에서도 적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침미사와 하루 일정의 시작!

오랜만에 올레 7길을 걷는다. 외돌개 길에서 벌써 10여년 전에 가족과 함께 단란했던 그 때의 일상을 회상한다.

강정마을도착과 듣게 되는 문신부님의 애절한 강정마을 사랑 노래! 또 한 번 더 눈물이 시작된다. 강정마을을 설명하는 베드로 신부님의 진지한 설명과, 또 내가 몰랐던 진실을 늦게야 대하는 이 후회감은 어떻게 하나. 미사 내내, 그리고 문신부님의 애절한 목소리에 이번에는 눈물이 마구 쏟아진다. 에라, 그냥 감정에 쌓여보자. 강정마을 문화제에서 깃발을 높이 들고, 함께 하는 합창과 군무. 이 시간 내내 반쯤은 그 동안 죄송했던 마음을 되돌리는 시간이 되어 제 할 일을 한 듯하다. 문신님에게 깊은 경의를 표하고 다시 성지순례의 길로!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복자를 만나다. 깊은 신심과 강인한 체력의 신앙 선조를 만나면서, 이 선조님들의 희생과 업적으로 편안한 신앙생활을 누리는 우리. 나는 우리 후손들에게 남겨줄 신앙의 유산이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과연 나는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을까? 본당 성가대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는가? 성가만 잘 부르는 것도, 그저 꾸준히 잘 참석하는 것도, 단원들과 함께 하느님 나라를 전하는 것도 전부 필요한데...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마르타와 마리아의 균형감도 가지고 있는가?

요한 수사 신부님의 말씀나를 버리고 납작 엎드려 주님! 살려 주세요하고 매달린다는 진솔한 말씀이 피곤한 육신과 나른한 정신을 화들짝 깨운다. (가시나무 가사가 문득 떠오른다. ‘내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살아가면서 자주 사막을 만난다는 말씀은 또 도시의 광야를 떠올리게 한다. “! 맞아! 단순한 성지순례 아니지. 피정 왔구나.”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이 소중한 순간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또 힘이 들어간다. 힘 빼고, 지금 다가오는 이 마음을 조금이라도 길게 가져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나를 잡아주고 깨우쳐 주시던, 그래서 사랑을 전해주신 신부님들, 수녀님들 그리고 수사님들을 떠올려 본다. 오늘은 당장 내 앞에 요한 신부님 계시지만, 오랜 기간 동안 자양분을 공급 해주신 감사한 성직자와 수도자님들, 그리고 함께한 형제님들에게 머리가 또 숙여진다.

 

OCT. 9th 2019 [피정 4]

어제부터 옆자리에 앉았던 다니엘 형제와 아침부터 심하게 수다를 떨어본다. 첫 날부터 간간히 대화는 했지만 집중탐구는 어제, 셋째 날부터이다. 하는 일이 무엇인지? 신앙생활은 어떻게 하는지? 나의 경험과 그의 현재를 함께 공유하면서 형제의 대화가 계속된다. ! 첫 날부터 마음을 활짝 열어 둘 것을... 마지막 날에야... 하지만 지금이라도 충분히 참 좋다. 지금 가장 가까운 이웃과 나누는 진솔한 대화가 머뭇머뭇 하다가 봇물처럼 쏟아진다. 피곤한 몸도 지친 마음도 신부님들과의 만남 속에서 학습한 대화법(?)으로 힐링의 시간을 가진다.

성무일도가 조금은 더 익숙해졌다. 설명이 곁들여진 순교복자수도회의 영성도 잠깐 느껴 본다. 살레시안으로서 또 다른 수도회의 좋은 영성을 받아들이면 좋겠다.

아침 식사 이후에 3일을 정리하는 영상 속에서 또 다가오는 회한의 마음에, 눈시울이... , 주책없이! 내 속에는 아직도 흘려보낼 감정이 많구나. 감사와 기쁨 그리고 막연한 그리움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그래도 또 이 비타민이 당분간은 나를 지탱시켜줄 큰 힘이 될 것이라 희망한다.

새미 은총의 동산에서는 몇 년 전에 와봤던 이시돌 목장의 분위기와는 또 다르다. 베드로 신부님은 마지막까지 열정적으로 투혼을 불태우며 분위기 잡고 설명에 여념 없다. 툭 트인 동산에 놓인 여러 가지 조형물에 생생한 스토리를 넣어서 조각물들이 살아 움직인다. 제주 사는 동안 한 번 더 와서 그 기억을 되살리기로 마음먹으며, 신부님 말씀에 귀 기울인다. 마지막 날이 주는 여유와 아쉬움이 교차한다.

대정성지 (정난주 마리아 묘소)”. 추자도에서, 모자간의 어렵고 힘들었던 세월을 설명해 주셨던 기억을 되새기며, 순례자의 기도를 드린다. 첫 날보다 훨씬 편안하게, 감정이 이완되고 미래의 신앙생활을 막연히 그려본다. 그리고 마지막 날이라는 아쉬움이 자꾸 앞선다.

김대건 순례길과 용수성지”. 순례길 걷기에 더해진 올레길에서, 지난 봄 까지 걸었던 해파랑길 770km를 떠올려본다. 그 길에서 만났던 한국의 산과 바다를 다시 한 번 느끼면서 힘찬 기운이 쏟아난다. 그 때처럼 지금도 이번 나흘을 마음과 가슴에 새긴다.

공항으로 가는 길은 그냥 편안하게 꿈속에서 주님을 만난다. 함께한 시간 속에서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또 다음의 순례길을 기대한다.

그리고 주님과 만나게 해주신 두 분 신부님들에게도, 시간을 허락해준 가족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또 이 시간을 선택하게 해준 주님, 감사합니다.

 

OCT. 10th 2019 [피정 끝난 다음날]

아쉬움의 시간에, 주교좌 중앙성당에서 기도하고, 관덕정을 거닐며 지난 시간을 반추하고, 마음에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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