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2 위령의 날(마태 5, 1-12)

 

찬미 예수님!

 

장자의 아내가 죽어서 혜자가 문상을 갔습니다. 장자는 마침 두 다리를 뻗고 앉아 질그릇을 두들기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혜자가 "아내와 함께 살고 자식을 키워 함께 늙은 처지에 그 아내가 죽었는데 곡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무정하다 하겠는데 또 질그릇을 두들기고 노래를 하다니 이거 심하지 않소"하고 말했습니다.

장자가 대답했습니다. “아니, 그렇지가 않소. 아내가 죽은 당초에는 나라고 어찌 슬퍼하는 마음이 없었겠소. 하지만 그 근원을 살펴보면 본래 삶이란 없었던 거요. 그저 삶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래 형체도 없었소. 비단 형체가 없었을 뿐이 아니라 본시 기()도 없었소. 그저 흐릿하고 어두운 속에 섞여 있다가 변해서 기가 생기고, 기가 변해서 형체가 생기며, 형체가 변해서 삶을 갖추게 된 거요. 이제 다시 변해서 죽어가는 거요. 이는 춘하추동이 서로 사철을 되풀이하여 운행함과 같소. 아내는 지금 천지라는 커다란 방에 편안히 누워 있소. 그런데 내가 소리를 지르고 울고불고 한다면 나는 하늘의 운명을 모르는 거라 생각되어 그쳤단 말이오.”

 

오늘은 위령의 날입니다.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을 기리는 날이며 특히 연옥영혼들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기도하는 날입니다. 예로부터 사제들은 오늘 세 대의 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허락 받았습니다. 한 대는 자신을 위하여, 다른 한 대는 죽은 모든 이들을 위하여, 그리고 마지막 미사는 교황의 지향에 따라 봉헌할 수 있습니다.

 

앞서 장자가 부인의 죽음에 있어서 참으로 의연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춘하추동이 서로 사철 되풀이 되듯이 죽음도 당연히 맞아야하는 진리라는 통찰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죽음을 슬퍼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어쩌면 그 죽음 너머의 세상에 대한, 그리고 죽음 이후의 심판과 구원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교회에서 가르치고 믿는 천국과 지옥 그리고 연옥의 개념은 사실 인과응보의 결론입니다. 우리의 선행이 이 세상에서 보답을 다 받지 못하거나, 우리의 악행이 이 세상에서 벌을 다 받지 못했을 경우에 우리는 내세의 심판으로 그것을 메우고 심판을 받는다는 믿음입니다.

 

이를 불가에서는 환생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이 하느님의 자비하심 안에 있고, 또 죽음 이후도 그분의 심판으로 말미암아 완전히 결정된다는 것을 우리가 믿는 다면 우리의 삶은 아주 많은 부분이 변할 것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에서 나오는 산상수훈, 진복 팔단을 글자 그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 진복팔단은 사실 이것을 실행해야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를 만나야 이것을 실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떤 남자가 콩깍지가 쓰여서 어떤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 그 여자가 무엇을 하든 그렇게 이뻐 보인다고 합니다. 보고 있어도 보고싶고, 헤어지면 보지 못하는 것 때문에 가슴이 찢어질 듯 고통스러운 상태가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고 해주고 싶어하지요.

 

그렇습니다. 이 진복팔단도 이와 같이 바로 예수님에게 콩깍지가 쓰여야만 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마지막 구절에 예수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삶의 의미를 새로운 목적을, 그리고 삶의 방식과 가치를 만들고 다듬고 북돋아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 삶의 방식이 세속에서 볼 때는 미친 듯, 모자란 듯, 어이가 없을 수 있지만. 한사코 그것이 진리라고 믿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 방식이 바로, 가난, 슬픔, 온유함,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자비로움, 마음이 깨끗함, 평화를 이루는 또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마다않는 사람으로 사는 것입니다.

 

이렇게 살다간 선조들을 기억하고 기도합시다. 조금 모자라지만 그래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던 이들도 기억합시다. 오늘은 모든 죽은 영혼을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희망이신 그리스도께 그분의 자비를 다시 한 번 청합시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