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마음속에 가둬 두었던~

성지순례를 하면서 내리막 인생길을 정리하고 싶어 했었던 소망을 끄집어냈다.

서두르지 말고, 느리게 2 년 안에 국내 111 군데 성지를 주말을 이용해 대중교통으로 가고자 했다.

부산교구, 마산교구, 가까이서부터 나름대로 다녔다.

제주도는 마음 속 숙제로 남겨둔 채로~~~


4 월, 어느 날,

주보에서 확인한 면형의 집 피정 일정을 보고

‘ 아!! 이건 나를 위한 피정이구나.’

평소 원했던 3가지가 모두 포함된 일정이었다.

수도원 미사. 이시돌 목장. 제주도 성지순례.

어느 하나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러나 주님은 그리 쉽게 초대하지 않으셨다.

두고 갈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

고민으로 보내다가 9월이 아니면 올 해를 넘길 것 만 같았다.

무조건 예약을 하면서, 취소 할 수도 있다고 하면서,

또 나를 가둬 버렸다.


 공항에서 버스를 탔을 때, 주님의 말씀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온 몸이 파르르 떨렸다.

‘ 아!! 주님! 힘든 저를 이리 초대해 주셨군요.

온전히 당신께 의탁하겠습니다.‘

 

황사평 성지, 형부 무덤이 그 기 있어서, 두 번째 방문인데, 그 땐 몰랐었다.

그리 아픔이 있는 장소였었는지.

 

 4.3공원. 나름대로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이상 상처가 깊었다.

8만 여명의 사망자.

아직도 진행 중인 우리역사의 아픈 상처를 모두가 보듬어서 치유해야 할 우리들의 과제다.


 조천성당, 복자 김기량펠릭스 순교현양비.

긴 시간 생과 사를 넘나들며,

신자로 거듭나서 불모의 땅에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신 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저 받은 신앙도 수시로 넘어지는 자신을 보고 참 많이 느꼈다.


 드디어, 면형의 집에서 첫 식사.

아! 이 행복.

남이 해주는 밥은 다 맛있는 이 나이에, 맛깔난 음식에 감동...

식사 후 가진 만남의 시간.

한 동작 한 동작에 그분의 섭리가 묻어난다.

어린이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그분의 말씀을 다시 한 번 새겼다.

주님이 늘 함께 하심을 내가 필요한 만큼만 느끼고 사는 나의 모습.

손잡고 계신 그 분을 내가 외면해 놓고, 원망은 잊지 않았다.

 

" 어제는 주님의 자비에 맡기고, 내일은 주님의 섭리에 맡기고, 오늘을 사랑하자.“


제주를 찾은 답을 찾았다.

오지도 않은 미래가 너무 힘들어 이곳까지 달려왔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수도원 미사. 

세상이 아직도 잠든 시간에 성무일도,

미사는 그분께 몰두할 수 있었고, 눈물이 날 만큼, 가슴을 울렸다.

 

 김대건 순례길,

바다와 산을 함께 걸었던 아름다운 길, 제주의 파란 바다를 한 눈에 보며,

맑은 하늘, 바람과 함께 한 그 길은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라파엘호가 상륙한 용수 앞바다.

2011년 7월 대한민국 전투경찰인 큰아들 첫 근무지였다.

김대건 신부님이 폭풍우를 만나 표류한 바다.

아들이 부동자세로 먼 바다를 지켰던 그 모습이 함께 나를 가슴 아리게 만든다.

 

 정난주 마리아 묘.

백색순교의 고통을 잘 알게 했다.

아~~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10년 만에 얻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들을 황새바위에 두고 돌아서는 그 마음을

엄마가 아니라도 가슴 칠 사연인데, 아들 둘 가진 엄마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다.

평생을 가슴에 안고, 결국은 한 번도 만나지도 못한 그 사연을 알았을 때,

소리 없는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내일 추자도는 날씨를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오늘 일정이 미뤄졌다.

기도 열심히 하자고 서로 다짐하면서, 이틀 째 밤을 보냈다.

추자도 들어 갈 수 있다고, 급하게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20여분 앞두고 출항하지

못한다고 했을 때의 실망감은 감당하기가 좀 그랬다.


 다음에 가자고 추스르며 강정마을을 향한 순례길을 걸었다.

아름다운 제주가, 그 바다가 온통 쓰레기와,

그보다 더한 군사 마을로 변한 것이 슬프기까지 했다.


4,135.

강정은 4.3이다.

잔다르크 공소 회장님의 목소리에 지금까지 버티어온 강한 의지가 베여 있었다.

저분들이 계시기에 진실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이 뜨거운 태양아래 천막에서 평화를 지키려 몸부림 친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스쳐간다.


 수 백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무참히 죽임을 당한 이곳 관덕정에서

우린 노란 우산으로 자신을 가린 채 아픔을 외면하고 있는지 모른다.

조금씩 내려 주는 비는 곶자왈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촉촉한 이끼와,

물머금은 곶자왈의 아름다움은 추자도의 미련을 없애주기에 충분했다,

 

 드디어 마지막 밤,

아~~이제 이곳에 적응이 되어 가는데,

내일이면 떠난다는 생각에 벌써 아쉬움이 밀려온다.

마지막 수도원 미사. 동분서주 하시면서 우리들의 소중한 한 순간도 놓이지 않으신

원장신부님의 동영상을 보니, 이제 정말 떠나야 함을 실감했다.

추자도를 대신하는 마지막 일정도 모르고, 아쉬움에 모든 순간이 더 소중했다.

 

 우도에 간다고 하셨다. 다행히 우도는 안 가 봤기에 감사드렸다.

우도의 아름다움과, 그동안 정이 들었던 사람들과, 매 순간 함께 했다.

고민하다가, 망설이다가 오기를 너무나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첫 날, 버스에서 졸고 계신 베드로 신부님을 보니 너무 마음 아팠다.

이시돌 목장에서 한 순간이라도 더 설명해 주시려고,

그 먼 연못을 날아다니시는 모습을 보고, 정말 감사드렸다.


산들 평화 순례~~~ 지금의 내 마음을 주신 모든 분께 정말 감사드린다.

너무나 열정적인 수사님들, 맛깔난 음식을 제공해 주신 주방 자매님,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이 배려해 주신 로사 실장님. 이 분들을 위해 잊지 않고 기도드릴게요.

3박4일의 풍성한 은총이 시들어 질 때,

작은 불씨가 현실에 부딪혔을 때,

다시 면형의 집 피정을 떠올리며, 주님 손 꼭 잡고 열심히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그기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도 함께 기억하고 싶다.

그분들도 세상 속에서 잘 살기를 기도해 본다


  부산 사상본당. 세실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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