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제주에 가고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홀로 제주 여행을 생각하던 중 빨리 휴가를 잡으라는 독촉에 못이겨 급하게 휴가 일정을 잡게 되며 선택하게된 나의 첫 피정..
혼자 가는 것이 쑥스러워 일단 전화를 해서 물어본 나의 첫마디는.. “혼자 가는 사람 있어요??”
다행히 혼자 가는 사람이 세 분 있다는 말에 용기를 내어 신청을 한 후 카페를 가입하여 둘러보다 또다시 걱정이 밀려왔다.
“앗!! 어르신분들만 가네.. 어쩌지?? 취소해야하나??”
또 다시 고민을 하다가 이미 계약금을 내서 그냥 가기로 결정하고 일정표를 받아든 후 난 또 다시 깊은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하루가 6시 20분에 시작된다고??”
어르신들과 함께 가는 것보다 혼자 가는 것보다 더 큰 고뇌에 빠지게 한 일정표..
“이제 와서 취소할 수도 없고 어쩌지??”라는 생각을 가득 품은채 시간이 흘러 어느덧 난 제주도에 도착을 하였고..
3일동안의 시간을 보내며 나의 이 모든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첫날..
비행기에서 내린 후 첫 방문지는 4.3 평화공원..
제주 4.3 사건이 무엇인지 얼마 전까지도 모르다가..
이번 추모식 때 언론에서 떠들썩하게 떠드는 것을 보고 ‘도대체 뭐길래 이러지?’라는 생각에 찾아 보았을 정도로 너무나도 무지했던 나..
이런 저런 기사들을 찾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4.3 기념관에서 마주했던 것들은 큰 충격이었고.. 끔찍한 학살 현장과 피해자들의 사진을 보고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슬픔을 참다보니 숨이 막히도록 아팠다.
그리고 먹먹해진 가슴으로 들린 광치기 해변..
왼쪽으로는 성산일출봉이, 오른쪽으로는 산굼부리가 보이는 나의 고등학교 추억을 떠올리는 곳..
저 넓은 바위 위가 피로 물들여졌을 그 때를 생각하며..그 피가 조금씩 씻겨져 나가며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을 과정을 생각하며..
해변에 핀 나팔꽃 마저도 슬프게 보이는 것은 나의 기분 탓일까..
조금은 힘들었던 나의 첫 피정 첫 날이 이렇게 지나갔다.

둘째날..
스승의 날이라고 신나게 울리는 알림음을 뒤로하고..
어제의 아픔이 아직 다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른 아픔을 마주보기에는 아직 준비가 안되어 강정 평화미사를 대신하여 선택한 것은..
내 피정의 목적 중 하나였던 올레길 투어..
야!! 바다다!!!
다른 지역의 바다와 달리 짠 바다 냄새만 나는 제주 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롯이 느끼는 제주의 바람.. Inner peace~~
하지만 그 올레길의 마지막에서 마주한 불편한 진실..
올레길을 걸어오며 “저건 뭐지?”라는 생각을 하다가.. 점점 가까워지며 “설마 저게 해군기지?”라는 생각을 하였는데..
왜 안좋은 예감은 맞는 것일까..
아름다운 제주 바다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막아버린 제주 강정 해군기지와 그 옆으로 보이는 섞어가고 있는 바다..
아름다운 제주 바다가 파괴되고 있다..
더이상 제주는 평화의 섬이 아니네....

마지막날..
성 이시돌 목장..
사람만한 동상으로 만든 십자가의 길..
나보다 큰 크기와 생생한 표정 때문인지 자욱한 안개때문인지..
십자가의 길을 돌며 예수님과 그 제자들의 아픔이 마음속 깊이 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다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김대건 순례길과 예쁜 성당이 있던 용수성지..
시간이 부족해서 예쁜 성당에 못들어가서 조금 아쉽지만..
이렇게 나의 첫 피정이 끝났고..
기상으로 비행기가 조금 지연되기는 하였지만 하루종일 마음 조렸던 내 마음을 아셨는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첫날 베드로 신부님께서 제주에 운전연수를 하러 많이 온다고 하시고, 올레길을 거닐기 전 “여기 살빼러 온거 아니잖아요.”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어떻게 내 마음을 아셨지??”라고 하며 뜨끔하였는데..
운전도 못하고 살도 못뺐지만..
신부님께서 말씀하신데로 주님께서 저를 주님의 잔치에 초대하신 것에는 이유가 있으셨다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2박 3일 피정기간 동안 온전히 그곳에 마음이 머무르며 다른 생각을 안하게 되었던 것이 너무 좋았다..

제 영혼의 안식처가 두 곳 있었는데.. 이번에 면형의 집에 다녀오며 한 곳이 더 늘었네요..^^
다음에는 베드로 신부님께서 두려워하시는(?) ‘허, 호, 하’와 함께 개인피정으로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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