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정신청 후 항공권이 구해지지 않아 하루하루를  조바심 내며 기다리다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카페 사진에서 만나던 베드로 신부님과 로사  실장님은 처음 뵙지만 너무나 익숙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버스안에 세심하게 준비해주신 보리떡과 오메기 떡은 정말 감동이었다.(사실 배가 많이 고팠던 터라 신부님의 말씀이 있기도 전에 입속으로^^) 안내 말씀을 하시는 사이사이 웃으시며  보이시던 신부님의 보조개도  인상적이었다.  처음으로 나누어 주신 말씀 사탕의 말씀은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는 말씀이었다.4.3 공원으로 향할 때는 기대감이 아주 컸다.  피정 일정중 가장 가고팠던 곳이었다. 아직도  기념일로는 지정이 되었지만 정확한 명칭이  정해져 있지 않음도 알게 되었다.   이유없는 죽음들이 마냥 안타깝고 가슴 아팠다.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이어져가고 있음에 마음이 짠했다.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시고 보시니  참  좋았다." 하신 말씀이 여기에도  이루어지셨을텐데...... 4.3을 상징하는 동백꽃 뱃지는 잊지 않고 간직해야겠다. 준비해 주신 점심은 정말 맛있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비자림. 
신발을 벗고 맨발로 자연을 그대로 느끼며 걸었던 흙길. 적당히 발바닥에 열이 오를때 쯤이면  어김없이  열기를 식힐 수 있는 기분좋은 차가움도 함께 맛보게하심에  감사 드리며 걸었다. 
광치기 해변(터진목)은 제주민들 누구에게는 결코 웃을 수 없는 곳이라고 설명을 하시는데 그 곳이  4.3때 사형터였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모든 사람이 성산 일출봉과 섶지코지의 아름다움만 보는것이  안타깝다고 하시며 우리들만이라도 알고  봐주었으면 한다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숙소인 면형의 집에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감귤나무도 볼 수 있었다. 숙소에 들어가니 벽장에 붙어 있는 시설이용 문구중에 73년에 지어져 건물은 낡았지만 서비스만큼은 오성급호텔이라는  문구가 웃음짓게 만들었다.  저녁 식사 후 나눔 시간에는 정말 아이가 되어 모든것을 다 잊고  즐겁게 보낸 시간이었다. 수사님들과 함께 하는 성무일도도 좋았고 평화의 인사방법도 특이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둘째날은 새벽부터 비가 많이 와서 일정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신부님도 피정을 진행한 이레 오늘같은 날은 처음이며 함께하는 첫경험이라고도 하셨다. 출발전 영상물을 보며 강정마을에 대해 말씀해주시는 것을 듣고 보며 나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져 눈물이 흘렀다. 강정에서 미사를 드리지 못한 아쉬음을 대신해 센터를 방문했었는데 그마저 시야가 좋지않아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문정현 신부님의 건강을 바라기보다 함께 해줄 새로운 신부님이 오시기를 기도해달라고 하시는 말씀이 절절히 와 닿았다. 비가 준 선물인 천지연 폭포는 나이아가라를 보는 듯 할 것이라는 신부님의 말씀 그대로였다. 거대한 자연의 경이로움을 제대로 느꼈다. 오후 일정 중 신부님의 신앙고백을 들으며 나도 살아계신 주님을 찾기위해 기도가 어렵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수다스런 기도를 해보리라 다짐해 보았다.

셋째날은 이시돌에 있는 새미 은총의 동산으로 향했다. 이동때부터 안개가 보이더니 새미에 도착했을때도 안개가 심했다. 안개 때문에 눈앞에 계셨던 예수님이 사라졌다 나타나시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은총의 동산은 두번째 방문이라 그런지 첫 방문때 십자가의 길에서 보았던 예수님의 고통스런 표정이 무섭게 느껴졌던 곳에 다시 뵙는 예수님은 무섭지 않았다. 안개 낀 은총의 동산도 참 좋았다.
김대건 신부님이 서품 후 우리나라로 오시기위해 길을 잃고 표류하시다 도착한 후 걸으셨던 길을 걷는 경험도 좋았다. 제주성지 순례 때 차를 타고 와서 편하게 보았던 성지와의 느낌과는 확연히 달랐다.

2박 3일의 피정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와 생각하니 피정을 여러 번 여러 곳으로 다녀 보았는데 이번 피정은 좀 달랐다. 피정 때 들었던 여러 말씀이 잊혀지지않고 가슴에 남았다. 오랜만에 가슴 뜨거워짐을 느끼고 뜨거운 눈물도 흘렸다.
날씨의 변화로 피정 진행이 어려울때마다 그 또한 주님이 하시는 일이라며 기꺼이 받아 들이시던 신부님의 모습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른분들도 꼭 한번 피정에 참여해 보시기를 권해보아야겠다.

차분하게 미사를 집전하시던 루카신부님과 앳된 모습의 대건안드레아 수사님,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으로 푸근하게 대해 주신 프란치스코 원장수사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신 자매님, 몰래 몰래 우리들의 모습을 담아 내주시기도하고 사소한 일을 꼼꼼히 챙겨 주신 로사 실장님,
열정적으로 피정을 이끌어 가신 베드로 신부님.
모두 모두 건강하시고 웃음 가득한 나날 보내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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