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어느덧 이번 주 마지막 강론의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마지막 강론을 위해 오늘의 복음을 묵상하며 저는 하느님께서는 오늘의 복음을 통해 다시 한 번 저를 되돌아보게 하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수도회에 입회하여 일정 기간이 지나 서원을 하고나면 당가(경리), 성소팀, 성소후원회, 3회 담당 등 각자에게 소임을 받습니다. 그렇다고 서원을 하지 않은 지, 청원자에게 소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공부라는 소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공동체 안에서 소임이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본원에서 선교를 대기하며 거주하는 중입니다만 선교준비를 위한 공부가 저의 소임이 되겠지요. 지난 한  주간 불어어학원을 다니며, 강론을 준비하고, 그러면서 느끼는 것들에 대해 일종의 투정처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드렸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복음을 묵상하다보니 저는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뭔가 위로를 받거나 알아봐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오늘 복음에는 성전에 기도하러 올라간 바리사이와 세리가 등장합니다. 바리사이는 자신을 두고 이렇게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 하느님! 제가 다른 사람들, 강도짓을 하는 자나 불의를 저지르는 자나 간음을 하는 자와 같지 않고,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하고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루카18,11-12)

 바리사이가 하느님께 이렇게 기도를 드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바리사이가 이러한 일들을 한 것에 대해 인정받아야 하는 것일까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가 늘어놓은 일들은 한 종교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 가운데 하나로써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바리사이라면 강도짓을 하지 않아야 하고, 불의를 저질러서는 안 되고, 간음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또한 단식을 하고 십일조를 바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한 일들을 하는 사람이 바로 바리사이인 것입니다.

 게다가 또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과연 바리사이가 단 한 번도 불의를 저지르지 않고, 간음 혹은 강도짓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입니다. 분명 예수님께서는 선한 분은 오직 하느님 한 분 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언제 어떤 형태로든지 죄를 지을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기가 모르는 사이에도 말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고해성사를 보며 자신의 죄를 다 고해한 후에 이 밖에 알아내지 못한 죄도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청하는 것입니다. 바리사이의 기도는 기도가 아니라 교만한 한 인간의 넋두리일 뿐입니다.


 반면 세리는 자신이 지은 죄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고 있기에 하느님 앞에서 고개도 들지 못한 채 그저 불쌍히 여겨 달라며 자비를 청합니다. 세리는 자신이 어떤 죄를 짓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세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살고 있지만 그러한 일들이 자신의 동족들을 괴롭히는 일임을 알고 있기에 하느님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던 것입니다. 세리라는 직업은 동족들에게 세금을 거두어 일정금액을 로마제국에 바치고, 남은 것들은 유다관리인들에게 바치는 세금 징수 청부인이었습니다. 때때로 이들은 탐욕을 부리기도 하여 이스라엘 민족들, 특히 바리사이들 사이에서는 강도와 같이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리도 바리사이와 마찬가지로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기에 단식을 하고 십일조를 바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리는 그러한 일들을 한 것에 대해 자랑하거나 우쭐거리지 않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을 믿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들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들이 죄임을 알지만 그는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러한 일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리는 온 마음을 다해 그에 대한 용서와 자비를 청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 주간은 저에게 있어서도 매우 바쁜 한 주간이었습니다. 새롭게 짜여진 시간표 안에서 아침에 수도원을 나서면 때로는 저녁식사 시간이 다 되어서야 돌아오는 하루 일정이었습니다. 새롭게 시작되는 한 주간도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불어공부와 함께 여기저기서 부탁받은 고해성사집전과 미사가 더해져 저의 시간표를 채우고 있습니다. 비록 저의 시간표에서 여유는 찾을 수 없을 테지만 오늘의 복음을 통해 마음을 다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이번 주 언젠가 어떤 수사님이 몸이 아프고 힘든 것은 조급해 하는 마음 때문일 수도 있다며 조급해 하지 말고 힘들면 학원은 하나만 다니며 편하게 공부하라는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그 수사님께서 그런 조언을 해 주지 않았다면 저는 제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함께 선교 준비를 하고 있는 수사님의 불어실력이 워낙에 출중하여 질투가 나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저는 하느님께서 저에게 주신 능력에 만족하며 저 나름의 준비로써 선교를 준비하고자 합니다. 그 모습이 바로 하느님 앞에 저 자신을 낮추는 모습이 되겠지요.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