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도 우리의 빛


아마 오늘이 부제로서 마지막 강론인 듯합니다. 처음에 강론을 시작했을 때 매 주 금요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었고 일주일이 이렇게나 빠른 시간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러한 시간 덕분에 보다 그리스도와 가까워 졌음을 느낄 수 있었고 바쁜 일상 중에도 강론이라는 압박으로 인해 머릿속에 늘 복음을 생각했던 그 시간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일상의 한 부분으로 녹아든 것이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러한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 복음을 읽고 묵상하면서 지난 주 금요일과 같이 또 종말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 마치 더욱 새롭고 기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 인 것 같아 놀라웠습니다. 종말은 곧 그리스도의 모든 이의 구원입니다. 그 구원이라는 놀라운 은총을 우리는 이미 경험하였고 그 경험으로 이 삶을 선택하였습니다, 자연스럽게 수도원을 선택하였던 그 때의 그 마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무화과나무와 모든 나무를 이야기하시면서 자연현상을 통해 우리는 계절이 바뀌는 것을 짐작할 수 있고 이렇게 작은 표징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다음 현상을 예상을 할 수 있듯이 하느님나라도 표징을 통해 가까이 오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그 때에는 모든 것이 사라질지라도 예수님의 말씀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 하십니다.

이러한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눈으로 세상에 보여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수도자의 삶이며 또한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살기 위해 수도 생활을 선택했습니다. 그 삶을 구체적이고 표징으로 보일 수 있도록 이미 예수님께서는 교회를 통해 우리에게 서원이라는 천국의 열쇠를 마련하였고 우리는 삶으로 말씀을 따르는 이 세 가지 길에 공적으로 약속하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그 약속과 선언을 잊지 않고 살기에는 너무나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나의 이기심과 편함만을 추구하려는 나태한 마음은 서원이라는 약속을 내가 가장 보기 어려운 깊숙한 마음속에 숨겨버립니다.

제가 이 수도생활을 선택하였던 첫 마음은 예수그리스도께서 제가 가장 힘든 순간 누구보다도 큰 위로와 곁에 계심을 수사님들을 통해 느꼈기에 저도 이러한 아픔을 공감하고 조금이나마 위로라는 큰 사랑을 사람들에게 전해주었으면 참으로 행복하겠다고 생각하여 선택하였습니다. 그 선택에 있어 재미와 생활의 다양함의 매력이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아마 수사님들도 처음 공동체에 들어가겠다고 다짐하셨을 때 초심을 살펴보시면 재미와 편안함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리스도의 뜻대로 살겠다고 다짐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해 서원을 통해 공적으로 서약하면서 자아포기의 삶을 교회와 공동체 앞에 끊임없이 약속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하루에도 수 없이 교회의 제약과 공동체 요구에 힘듦을 느끼고 때로는 원망하고 그 원망을 통해 삶이 즐겁지 않고 편하지 않고 내 삶의 자리가 아니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이러한 나의 약함에 빈번히 갇히어 욕구와 기대를 놓지 못하는 경험과 늘 싸우고 있음을 모두 경험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약함과 아픔 속에서 결국에는 그리스도를 만나왔고 그 만남을 통해 삶의 의미와 희망을 발견하였습니다. 그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우리는 교회의 이름으로 정결, 순명, 청빈을 서약하였습니다. 이 서약의 의미를 바쁜 일상 중에 잊지 않고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묵묵히 생활하는 것이 내가 공동체를 선택하였을 때의 초심을 상기하는 것이며 우리에게 맡기신 말씀을 세상의 선포하고 구원의 한 표징으로 보일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 서원을 약속한 그 순간과 첫 마음을 다시금 생각해보며 어렵고 힘든 하루가 아닌 밝고 미소 가득한 하루 되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